한국도선사협회가 새롭게 구축한 도선 시뮬레이터를 1년 만에 해운기자단에 공개했다.
협회가 100% 출자한 한국도선안전교육연구센터는 지난해 9월 노르웨이 온라인 슬롯 기술업체인 콩스베르그에서 최첨단 도선 교육용 시뮬레이터 6기를 도입했다. 현재 서울 본부에서 대형 1기와 중형 2기, 부산과 여수 대산에서 각각 소형 1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도선안전교육센터 윤석배 센터장은 국가와 협회에서 절반씩 부담하는 방식으로 총 3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최신형 교육 장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시뮬레이터는 실제 온라인 슬롯을 조정하는 선교(브리지) 공간과 장비를 그대로 구현하고 기상 악화, 온라인 슬롯 화재, 침수 발생 등 다양한 상황에서 훈련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이들 장비는 모두 노르웨이선급(DNV)의 인증을 취득했다.
윤 센터장은 “1년간의 시스템 안정화 과정을 거쳐 기자단을 초청해 체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며 “시뮬레이터에 총 260척의 선박 모델이 등록돼 있어 화물선뿐 아니라 어선 여객선 예인선 해군함정 항공모함 잠수함 보트 등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대부분의 선박을 체험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직접 체험한 시뮬레이터는 기대 이상으로 현장감을 선사했다. 10노트의 속도로 호주 시드니항을 진입하는 탱크선의 선교엔 각종 조종 기구가 정교하게 갖춰져 있었다.
전방에 펼쳐지는 항만 전경은 실제 현장과 비슷했다. 선창(船窓) 밖으로 예인선과 화물선들이 바삐 움직이고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 실습선이 지나가는 광경은 이채로웠다.
센터 강현도 차장은 “현재 보이는 바다 위의 선박들을 모두 모델 선박으로 지정해 조종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제실에서 설정을 변경할 때마다 곧바로 날씨가 변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구름이 많아지다가 비가 오고 잠시 후 우박이 내렸다. 해무가 짙어져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답답증이 몰려왔다. 안개가 옅어지고 시간은 저녁으로 바뀌었다. 어둠 속을 운항하는 온라인 슬롯 멀리 시드니항의 명물인 오페라하우스가 보였다.
풍랑이 심해지자 배가 실제로 흔들리는 듯 멀미가 났다. “바닥이 실제로 움직이고 있느냐”고 묻자 “바닥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모니터에서 파도가 치는 효과를 구현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날 윤석배 센터장은 향후 계획도 전했다. “시뮬레이터 실습과정을 개발해 직접 배에 올라 도선사에게 일일이 배우는 도제 방식의 수습교육을 보완해 나가겠다”며 “아울러 수도권에 있는 해운기업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위탁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승선 경험이 없는 선사 임직원들에게 온라인 슬롯 조종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일반인으로 교육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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