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고려대 명예교수가 11일 중국 산둥사범대학이 주최한 ‘각국 법제도의 동향’ 세미나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북극항로의 해상법적 쟁점을 소개하고 북극항로 개척에 중국 전문가들이 동참해야 한다고 호소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김 교수는 이날 행사에서 “국내 해상법상 북극항로를 운항할 때 도선사와 호송 선박을 모두 러시아에서 제공받지만 책임 소재가 서로 갈리고 북극항로 운항 중 공동해손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 이런 법적 위험을 미리 짚어보고 보험 제도로 분산해야 한다”며 “북극해를 사용하는 모든 국가의 문제이므로 중국 일본 등이 한국과 함께 풀어나가야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극항로를 운항하는 프라그 마틱 슬롯에 러시아 도선사가 승선해 방향을 인도하지만 도선사는 프라그 마틱 슬롯 소유자의 일시적 피용자로 간주돼 선주가 사용자책임을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호송 프라그 마틱 슬롯은 모선을 앞서서 이끌어 가기 때문에 러시아 국영회사인 로자톰의 피용자가 되고 사용자책임도 로자톰에서 진다.
김 교수는 “북극항로는 기존의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항로에 비해 5000km가량 거리를 단축하는 장점이 있지만 혹한의 날씨에 얼음을 뚫고 항해해야 해 내빙선을 제공하고 선장이 특별한 기능을 갖추는 등 선박 소유자와 운송인의 감항 능력 주의 의무도 더 무거워진다”고 지적했다.
또 토론자로 나온 영국 스코틀랜드 소재 에든버러 대학의 더글러스 브로디 교수가 “영국에서 도선사는 선박 소유자가 사용자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반박하자 “영국에선 도선사가 항만의 피용자이므로 항만기구에서 사용자책임을 부담하지만, 한국에서 도선사는 개인사업자라 선박 소유자가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며 러시아 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번 행사엔 김 교수 외에도 산둥사범대학의 왕전랑 교수가 ‘공해 해양생물 다양성(BBNJ) 협정의 중요성’을 발표하는 등 영국 미국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20명의 교수와 실무가들이 법적 쟁점을 소개했다. 영국 에든버러대, 스타라스클라이드, 미국 센메리대, 중국 베이징대, 우한대, 중국해양대, 상하이교통대, 산둥대, 산둥사범대, 우리나라 고려대, 단국대 교수를 비롯해 대학원생 변호사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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