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항만이 전 세계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평택항이 ‘녹색항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친환경 선박이 신조선의 주축으로 등장한 데 대응해 평택항을 친환경 항로의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평택의 수소 인프라를 강화해 대체연료 허브항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렸다.
기후솔루션(SFOC) 해운팀 한주은 연구원은 지난달 28일 서울 SETEC 컨벤션센터에서 ‘친환경 선박 등장에 따른 평택항 녹색항로 구축 전략’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평택-유럽 간 자동차운반선을 주축으로 한 녹색해운항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국내 자동차 수출입 1위인 평택항은 자동차 전용 부두 특성상 대형 하역장비 사용이 적고 시설 개조가 비교적 용이해 녹색항로의 거점항만으로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녹색해운항로는 무탄소 연료와 친환경 기술을 활용해 해상운송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항로를 말한다. 선사와 슬롯 체험이 협력해 특정 항로를 친환경 선박 전용 항로로 만드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다. 전 세계에 60개 이상 녹색항로가 발표됐지만 아직까지 실제 운항되는 항로는 없다.
우리나라는 2022~2023년 미국과 녹색해운항로를 구축하는 데 합의하고, 부산항과 미 북서부 항만 간 항로를 구축하는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2024년에는 부산·울산항과 시애틀·터코마항을 잇는 방안을 구체화해 2027년부터 시범운영 하기로 결정했다. 올해는 호주와도 녹색해운항로를 개설하는 데 합의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제안한 국제해운산업에 탄소세를 도입하는 내용의 중기 조치(NetZero Framework) 채택이 10월17일 열린 해양환경보호위원회 2차 임시회의에서 연기된 것도 이날의 화두였다. 미국과 주요 산유국들의 반대로 IMO는 중기 조치 채택을 내년 10월로 미뤘다. 연사들은 이 조치가 일정이 미뤄졌을 뿐 결국 시행될 거로 내다봤다.
HMM 서대식 책임매니저는 “IMO 조치는 이전과 달리 기존 화석 연료를 친환경 대체연료로 바꾸라는 것”이라면서 “친환경 목표와 논의는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HMM은 중기 조치가 진행된다고 가정하고 대체연료를 사용하는 신조선을 발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HMM의 친환경 연료 전환 전략을 소개하며 “선사 입장에서는 경제성 문제가 크다. 항만과 정부가 연료공급체계를 구축하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소 인프라 구축해 허브로 도약해야
HD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유병용 상무는 평택항이 액화수소 허브로 도약할 수 있도록 민간 투자와 정부의 지원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대체연료로 지목되는 수소는 연료탱크가 커야 하는 단점이 있어 장거리 운항에는 부적합하다. 유럽은 관공선, 연안여객선, 소형 피드선을 위주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서해에서 중국으로 가는 선박이나 연안선은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상무는 “액화수소나 암모니아 같은 친환경 연료의 경제성은 규모의 경제가 핵심”이라면서 “현재는 실질적인 밸류체인이 만들어지지 않아 생산단가가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택항은 개발 중인 수소 인프라를 활용해 액화수소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투자가 이뤄지면 액화수소 밸류체인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 김상현 수소비즈니스기획팀장은 ‘수소에너지를 활용한 항만 탈탄소 추진전략’을 발표하며 수송·에너지·항만 인프라를 연계한 통합형 수소 생태계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평택은 항만이 있고 수소도시로 선정된 데다 수도권 접근성이 높아 많은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현대자동차 김상현 팀장, HMM 서대식 책임매니저, HD한국조선해양 유병용 상무, 기후솔루션 한주은 연구원, 성결대학교 정태원 교수, 평택대학교 정수현 교수, 경기도청 이민우 물류슬롯 체험과장, KMI 김형태 명예연구위원 |
이후 진행된 종합토론에서 평택대학교 정수현 교수는 현 시점 가장 큰 걸림돌로 높은 연료비와 불충분한 연료 공급원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시장 불완전성을 보완할 정부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며 “경기도와 경기평택항만공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체연료를 선택해야 하냐”는 질문이 나오자 HMM 서대식 책임매니저는 “미래 연료는 아무도 모르지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면서 불확실성은 있지만 중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답했다.
HD한국조선해양 유병용 상무는 최근 추세인 혼합 연료(Fuel-mix)를 언급했다. 그는 “한 가지 연료를 확언하기 어려워 대형 선박에는 암모니아와 메탄올을 혼합해 사용하는 게 완전한 넷제로를 가정했을 때 가장 유리하다”면서 “평택항은 수소에 경쟁력 있으니 이를 활용하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평택항만공사 김석구 사장은 재임기간 마지막으로 이 행사를 주관한 소감을 전했다. 이날 김 사장은 “평택항은 수소교통복합기지가 구축된 국가항만으로, 전국 주요 항만에 수소에너지 생태계를 확산시킬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며 “오늘 논의된 발제와 토론이 평택항이 지속 가능한 해운물류 생태계를 선도하는 친환경 항만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