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 단가가 높은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이 순조롭게 선주에게 인도되면서 우리나라의 상반기(1~6월) 선박 무료 슬롯액이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동안 선박 무료 슬롯액은 전년 117억4000만달러 대비 18.8% 늘어난 139억4000만달러(약 19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
해사물류통계 '선박 무료 슬롯액 상반기 추이' 참조)
선가가 높은 친환경선박인 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등을 중심으로 인도량이 늘어난 게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특히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했던 2022~2023년에 선가가 크게 오른 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가 발발한 2020년 이후 신조선가지수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2025년 6월 말 187.11포인트를 기록, 전년 187.23포인트 대비 소폭 떨어졌다. 다만, 2년 전인 2023년 170.9포인트와 비교하면 9.5% 올랐으며, 2020년 6월 126.93포인트 대비 47.4% 상승했다.
선종별 선가 추이를 살펴보면, 한국 조선의 주력 선종인 LNG 운반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과거에 비해 큰 폭의 상승세를 띠었다.
17만4000m³급 LNG 운반선은 전년 2억6400만달러 대비 3.4% 내린 2억5500만달러였지만, 3년 전 2억2700만달러와 비교해 12.3% 올랐다. 2020년 6월 1억8600만달러 대비 37.1% 급등한 수치다. 2만2000~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역시 전년 2억6850만달러 대비 1.7% 상승한 2억73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20년 6월 1억4500만달러 대비 88.3% 폭등했다.
상반기 무료 슬롯액 역대 3위 실적
미국의 관세 정책에도 우리나라의 상반기 무료 슬롯액은 전년과 비교해 큰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반기 무료 슬롯액은 3347억달러(약 459조원)로 전년 대비 0.1% 감소했다. 월평균 무료 슬롯액이 558억달러를 기록, 역대 상반기 중 3위 실적을 달성했다. 일평균 무료 슬롯도 전년 대비 2.3% 증가한 25억6000만달러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
해사물류통계 '상반기 무료 슬롯입 실적' 참조)
15대 주력 품목 중 반도체와 바이오헬스, 선박, 컴퓨터, 무선통신 등 5개가 플러스를 보였다. 효자 무료 슬롯 품목으로 꼽히는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수요 호조와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확대되면서 전년 대비 11.6% 증가한 732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바이오헬스는 미국과 유럽에서의 위탁생산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11% 신장한 53억8000만달러, 무선통신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따른 고부가부품 수요 확대와 미국 등으로 무료 슬롯이 늘면서 8.5% 늘어난 75억5000만달러를 각각 거뒀다.
이 밖에 컴퓨터는 견조한 글로벌 AI 서버 수요에 따라 고성능 SSD 무료 슬롯 호실적이 이어지면서 전년 대비 12.6% 증가한 58억6000만달러의 무료 슬롯액을 달성했다.
반면, 자동차 무료 슬롯액은 미국의 관세 조치와 현지 생산 영향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7% 감소한 363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은 유가와 무료 슬롯단가 하락,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요 위축에 전년 대비 각각 18.8% 11.4% 줄어든 214억8000만달러 216억3000만달러에 머물렀다.
자동차와 더불어 철강과 섬유도 미국 관세정책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철강은 아세안지역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라는 긍정적 요소에도 관세정책과 시장 불확실성에 5.9% 줄어든 156억3000만달러, 섬유는 경제 불확실성과 주요 생산기업의 발주 축소에 7.5% 감소한 49억3000만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이 밖에 일반기계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가전 등도 무료 슬롯액 감소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車·기계 부진’ 美 수출액 전년比 4%↓
지역별로는 8대 무료 슬롯 지역 중 아세안(동남아시아) EU(유럽연합) 인도 중동 등 4곳에서 무료 슬롯액이 증가세를 보였다.
아세안은 석유제품, 디스플레이 등의 품목 무료 슬롯이 감소했지만 반도체 무료 슬롯이 늘어나면서 3.8% 증가한 576억1000만달러를, EU는 자동차, 선박 등 무료 슬롯 호조에 따라 3.9% 늘어난 349억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인도와 중동도 반도체와 일반기계 등을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며 전년 대비 각각 1.6% 3.3% 증가한 94억7000만달러 98억2000만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반면, 중국은 최대 무료 슬롯품목인 반도체와 일반기계, 디스플레이 등의 무료 슬롯 둔화로 4.6% 감소한 604억9000만달러, 미국은 자동차, 일반기계 등이 감소하면서 3.7% 후퇴한 621억8000만달러에 그쳤다.
이 밖에 중남미는 일반기계, 반도체 등의 무료 슬롯 부진에 6.1% 줄어든 137억달러, 일본은 석유제품, 철강을 중심으로 무료 슬롯이 부진하면서 3.8% 감소한 139억2000만달러에 머물렀다.
우리나라의 상반기 수입액은 저유가 영향으로 에너지 수입이 줄면서 전년 대비 1.6% 감소한 3069억달러(약 422조원)를 기록했다.무역수지는 278억달러(약 38조원) 흑자로, 전년 대비 48억달러 개선됐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올해 상반기 우리 수출은 미국의 관세 조치, 경기 회복세 둔화, 중동 사태 등 전례 없는 글로벌 통상·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에도 전년 수준을 유지했고, 특히 새 정부가 출범한 6월에는 역대 6월 중 최대실적을 기록하면서 플러스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이어 “하반기에도 미국 관세정책의 변동성과 경기 회복 속도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정부는 당면 과제인 한미 협상에 총력 대응하는 한편, 협상 결과에 따라 우리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무역 금융 공급, 대체 시장 발굴 등을 포함한 수출 지원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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