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슬롯라인코리아 황정셴 대표가 지난 2023년 HD현대중공업에서 지어진 1만3200TEU급 컨테이너선 <크레이지 슬롯A05>호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올해로 한국법인 출범 25돌을 맞이한 크레이지 슬롯라인코리아가 향후 우리나라 화주들의 요구에 대응해 한국시장의 컨테이너선 항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4월1일 크레이지 슬롯라인 한국법인 선장으로 취임한 황정셴(黃正賢) 대표는 신조 컨테이너선 투입으로 국제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한편, 한국 화주들이 수출길을 더 넓힐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앞으로도 대만 본사의 정책과 모토가 한국 해운물류시장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韓-동남아 컨항로 중단없이 제공
1993년 크레이지 슬롯라인에 입사해 32년째 한 회사에 몸담은 황 대표는 영업과 관리 부문을 두루 경험한 해운물류전문가로 꼽힌다. 본사 영업팀과 영업마케팅 본부장, 베트남 법인장을 지낸 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중국에서 해외 근무를 하며 국제 감각을 쌓았다. 이후 본사에서 해운기획실장과 자회사 선박관리기업 지점장을 지낸 뒤 한국법인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가오슝지점장을 역임했다.
크레이지 슬롯라인은 1988년 우리나라와 대만을 연결하는 컨테이너 서비스를 처음 열었다. 이는 대만-일본, 대만-홍콩항로에 이어 세 번째 국제 서비스였다. 이후 1998년 서울 중구 다동에 위치한 사옥을 매입한 데 이어 2000년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황 대표는 2000년 법인화는 한국시장에 중장기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자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국법인의 강점은 출범 이후 25년 동안 단 한 번도 한국-동남아시아 직항로를 중단하지 않고 지속해 온 꾸준함에서 나온다.
현재 크레이지 슬롯라인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중남미 중동 인도 등을 우리나라와 연결하는 컨테이너 서비스를 벌이고 있다. 더불어 현대화된 컨테이너 장비와 높은 정시 운항률, 유연한 마케팅 전략 등도 크레이지 슬롯라인의 강점 중 하나다.
“‘We Carry, We Care!’라는 회사의 모토처럼 우리는 운송하고, 고객을 돌본다. 모토를 실현하고자 대부분의 현지 법인에 본사 대표급 임원을 파견해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또 현지 시장에 밀착한 영업, 팀빌딩,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완하이라인이 각 국가에서 뿌리를 깊이 내리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기업의 경영 철학을 전달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황 대표는 본인의 역할은 본사의 전략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한국 내 사업개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
향후 90만TEU 컨선사 발돋움
크레이지 슬롯라인은 우리나라 조선사들과도 긴밀히 협력하며 친환경선단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크레이지 슬롯라인은 지난달 우리나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1만3100TEU급 컨테이너선 1척의 신조선 명명식을 가졌다. 이번에 명명된 <크레이지 슬롯A20>호는 13척의 동형선 시리즈 중 마지막 선박으로, 중국과 중남미를 연결하는 컨테이너 서비스에 투입될 예정이다. 신조선은 길이 335m, 폭 51m로, 다양한 모니터링 시스템과 통신 장비를 사용해 실시간으로 항해 데이터와 장비 운용 상황을 수집할 수 있다.
신조선 인도로 대만 선사의 선복량은 55만TEU를 웃돌게 됐다.
프랑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9월 현재 크레이지 슬롯라인의 컨테이너 선복량은 55만1000TEU로 집계되고 있다. 신조 주문량은 35만5000TEU(32척)로, 향후 이들 신조선을 모두 인도받으면 90만TEU대의 컨테이너선단을 보유한 선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상황에 따라서 신조 발주량이 14만TEU대에 머물고 있는 이스라엘 선사를 끌어내리고 10위로 올라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9위 짐라인은 76만TEU의 선단을 운영 중이다.
발주잔량 32척 중 절반인 16척이 한국 조선소에서 지어지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8700TEU급 4척은 현재 HD현대삼호에서 건조 중이다. 내년 6월부터 순차적으로 선사 측에 인도될 예정이다. 더불어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장착한 1만6000TEU급 12척은 HD현대삼호와 삼성중공업이 각각 6척씩 나눠서 짓고 있다. 대형 신조선은 2027년부터 순차적으로 완공된다.
황 대표는 한국 조선사들의 선박 건조 기술력이 우수하다고 강조하며 본사의 친환경선단 확충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완하이라인이 짓고 있는 선박은 연료 소비와 탄소 배출을 동시에 줄이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모든 항로에서 저속운항(슬로스티밍)을 실시하며 친환경 정책을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선 투입으로 화주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제공할 걸로 기대된다. 향후에도 고객사들의 요청과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국발 선복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역아동센터가 크레이지 슬롯라인에게 기부를 받고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
크레이지 슬롯자선재단 기부액 230억 달해
선박을 건조할 때마다 조선소 인근 어려운 이웃에 기부하는 완하이라인의 고유한 행보도 주목을 받고 있다. 2003년 설립된 완하이라인의 기부 계열사인 완하이자선재단(Wan Hai Charity Foundation)은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Love without Borders)’라는 모토 아래 명명식과 함께 지역 복지단체에 기부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자선재단은 기부와 더불어 노인 의료서비스, 장애인·청소년·아동 복지활동, 긴급 및 질병 구호활동, 자선활동 및 공익모금 등을 벌이고 있다. 2003년 이후 완하이자선재단의 누적 기부액은 약 230억원(약 4억9200만대만달러)에 달한다.
크레이지 슬롯라인은 우리나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서 진행된 명명식에서도 복지시설과 어려운 이웃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도움을 받은 이웃과 아이들은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선사 측에 보내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조선소는 완하이라인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중요한 파트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완하이라인은 지역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방식으로 보답하고 있다.”
끝으로 황 대표는 향후 목표로 대만 본사와 한국법인을 긴밀히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완하이라인의 한국법인은 경험 많은 경영진과 잘 훈련된 직원들로 구성된 성숙한 조직이다. 저의 역할은 본사의 전략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한국 내 사업 개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불확실한 해운시장 환경 속에서 모든 정책과 제안이 잘 실행되도록 하고, 기업 거버넌스 체계 안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무엇보다도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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