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선사인 CMA CGM의 한국법인 노동조합이 경영 실적에 걸맞은 임금 인상을 실시하라고 회사 측에 요구프라그 마틱 슬롯. 구성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협상이 진행되지 않으면 노동쟁의 수준을 점차 높여갈 거란 방침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CMA-CGM코리아지부는 지난 6월25일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소재 퍼시픽타워 앞에서 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3위 규모 해운사인 CMA CGM은 작년에만 8조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음에도 열악한 임금 수준과 불성실한 교섭으로 임하고 있다”며 “30일까지 진전이 없으면 외국적 해운사 최초로 7월부터 쟁의행위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이 선사는 7월2일 기준 컨테이너선 399만TEU를 운항해 세계 3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57% 급증한 약 8조2000억원(57억1000만달러)의 순이익을 거뒀다. 해운사업 매출액은 16% 늘어난 364억9000만달러(약 52조7000억원),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52% 증가한 112억4000만달러(약 16조2000억원)였다.
프라그 마틱 슬롯는 기자회견 이후에도 사측과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자 7월1일부터 근무 외 시간을 이용해 피켓 시위에 들어갔다. 외국적 선사가 쟁의행위에 들어간 건 CMA CGM이 처음이다. 프라그 마틱 슬롯 측은 윤재웅 프라그 마틱 슬롯위원장의 1인 시위를 시작으로, 법적 절차를 준수하며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지난 6월 5~9일 임금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 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에 참여한 92명의 조합원 가운데 97.8%에 달하는 90명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CMA-CGM프라그 마틱 슬롯아는 지난 2022년 8월 국내에서 외국적 선사 최초로 노동조합을 설립했으며, 현재 서울과 부산 직원 총 150여명 가운데 96명이 노조에 가입돼 있다. 6월25일 파업 선포 기자회견 이후 2명 더 늘었다.
이 선사는 프라그 마틱 슬롯가 생긴 이래 매년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쳐 임금 협상을 체결해 왔다. 올해는 3월12일부터 3차례 조정을 진행했으나 진전되지 못하고 5월8일 중지됐다. 프라그 마틱 슬롯는 사측에서 4주치 스페셜, 4주치 퍼포먼스 보너스와 4%의 임금인상을 제시한 뒤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기자회견을 결정하자 전날 밤 보너스 1주치를 추가하고 임금인상률을 0.25% 상향한 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CMA-CGM프라그 마틱 슬롯아 측은 노조가 7월1일 쟁의 행위의 일환으로 피켓 시위를 진행하자 다시 일부 개선해 임금 4.5% 인상과 위로금 명목으로 인당 25만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집행부의 최종 요구안은 9주치 보너스, 5.9% 임금인상, 위로금 2500달러였다.
“실적은 최대인데 직원 처우는 업계 최저”
윤재웅 CMA-CGM코리아 노조위원장은 “노조의 요구는 성과를 일군 직원들에게 업계 수준의 정당한 보상을 보장하라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에 따르면,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대부분 선사들은 지난해 회사 실적에 준하는 보너스와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선사들 실적이 좋지 않았나”면서 “국적선사 HMM은 올해 700%에 달하는 보너스를 받았고 고려해운은 1000%가 넘는 보상을 받았다고 알고 있다. 다른 외국적 선사들도 이에는 못 미쳐도 우리보단 낫다. 우리 직원들에게 제시된 보너스 9주치는 20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한 “임금 협상도 노조가 있는 HMM은 잡음 없이 흘러간다는데 우리는 매년 조정위를 거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윤재웅 CMA-CGM프라그 마틱 슬롯아 노조위원장 |
윤재웅 위원장은 회사가 각 지역별로 실적을 공개하지 않아 수익이 불투명한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CMA CGM 본사는 작년에 총 8조가 넘는 수익을 냈다는데 한국에서 얼마를 벌어들인 건지 노조지부장인 제게도 공개하지 않아 알 수가 없다. 세무서에는 순이익을 1억원으로 신고했다고 한다. 회사의 이익이 직원의 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가늠이 안 된다.”
윤 위원장은 “회사가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하지 않으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손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낮은 임금 때문에 ‘스펙 좋은’ 신입사원들의 이직이 잦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인재 관리 차원에서도 실책이라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원들의 불만도 크다. 한 직원은 “주변에 올해 임금과 보너스 수준을 이야기하면 아무도 믿지 않는다”면서 “여타 선사 직원들의 상여금 이야기를 듣다보면 사기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정규직 채용 방식도 바뀌고 최근엔 경력을 채우면 곧장 이직하려는 움직임이 늘었다”고 걱정했다.
이 밖에 관계자들도 성실하게 근무한 직원들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노사가 원만한 합의를 이뤄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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